"the x files" / 90년대의 분위기
90년대 중반, 학생일 때, KBS2였나에서 그 유명한 시그널 음악과 성우들의 더빙으로 엑스파일을 처음 접했었다. 나는 당시에 이미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같은 헐리웃 영화들을 접해오며 SF취향의 싹을 키워오던 때였던 것 같다.
그런 "공상과학" 영화나 해외TV 드라마는 SF에 대한 취향, 더 나아가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의 상상과 특정한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갖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스컬리효과"1를 받거나, 철학2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멀더스러움"도 많이 익히게 되었지 않았을까.
요즘에도 그냥 방에서 뭔가를 할 때에, 항상 틀어 놓고 할일을 하게 된다. 책을 읽건 코딩이나 글을 쓰고 있건.
수사중이나 수사가 마무리 된 다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저널을 쓰고 있는 멀더나 스컬리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나또한 내가 그런 수사 저널을 정리하듯 글을 쓰고 있다.
당시 조류에는 가장 트렌디했던지 모르겠지만, 신시사이저를 많이 활용한 bgm은 요즘에도 틀어놓기 좋다. 요즘 관점에선 synthwave/retrowave/futuresynth 감성이어서 편안하다. …오히려 그때 들을 때보다 세련된 음악이란 느낌을 더 받는다. (솔직히 내겐 그땐 신시사이저음악이 촌스럽다고 느꼈었다.)
물론 더빙판 오디오트랙과 원본오디오트랙을 둘 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원본은 돌비스테레오로 좋은 음질으로 녹음되어 있고, 더빙판은 더빙의 특성 때문인지 당시 kbs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적 한계였는지 배경음 등이 더 묻히는 느낌에다가, 전체적으로 모노에 느낌으로 들린다.
더빙에 오역도 많았던 것 같고. 그도 그럴 것이 잘 들리지 않는 단어, 직역하기 어려운 단어와 표현, 혹은 아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해외와의 교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한 당시를 생각하면 그랬으리라 싶다.
90년대 서울말투가 그대로 느껴진다. 또 영어버전은 실은 공손히 말한 것도 당시 한국정서에 비춰 봐 캐릭터 간 상하관계가 (약간 일방적으로) 설정되고 그에 따라 경어사용이 on/off되고 표현/뉘앙스/감정강약이 달라지는 경우를 느낀다.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젠 좀 어색하다. 당시엔 세련된 더빙이라고 느꼈었는데. 흥미롭다.
아마도 그렇게 틀어 놓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릴적에 TV이란 매체가 그랬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옆에 틀어 놓고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던 습관. 그리고 그때의 느낌, 따뜻하고 포근한 집, 내 방에서의 그 평범하던 평온한 날들을 아마도 그대로 다시 느끼고 싶으니까 같다.
Footnotes
https://www.reddit.com/r/XFiles/comments/rvsxz0/the_scully_effect_is_real_and_relevant_today/?tl=ko 엑스파일의 의학박사이자 FBI수사관인 대나 스컬리의 영향으로 많은 여성들이 STEM분야에 대한 흥미를 갖고 진출도 늘었다고 한다.
s03e04 Clyde Bruckman's Final Repose 마지막 부분에서. 강아지 "퀴퀙"은 이후에도 출연한다. (분량이 너무 적어서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