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 (2nd) 04/Oct/2020

정말 이어폰을 여러 개를 아작을 내면서 살아온 것 같다. 헤드폰은 겨울에만 편안한거 같고.

일을 하며 소음에서 분리되고 싶을 때, 집중하면서 또 집중 상태에 들기 위해서 시간을 버리며 고생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이 쓴다. 덕분에 청력은 조금 나빠지는 거 같다.¹

과거에는 정말 싸구려 이어폰, KTX에서 나눠주는 일회용 이어폰을 꽤 오래 쓴적도 있다. 특유의 딱딱하고 AM라디오스럽게 소리를 만들어 버려서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막 쓰기 좋아서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어쩌다가 DAC칩이 좋은 것이 붙어 있다는 스마트폰과 거기에 번들로 줬었던 쿼드비트 이어폰을 재밌게 썼었다.

아쉬운 것은 그 이어폰을 잃어버린 줄 알고 있다가 다시 겨울 코트를 꺼냈을 때 주머니 안에서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이었다. 그리고 그 이어폰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그게 소리가 매력적이어서 내가 계속 찾고 있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에 어쩌다보니 지금은 집에 쿼드비트 시리즈 이어폰만 몇 개가 쌓여있다.

소니 플스4에서 번들 이어폰이랑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도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그냥 사서 써본 만원 정도 하는 이어폰도 소니 이어폰은 만족스러웠다. 그냥 가격에 비해서 그냥저냥 좋다.

요즘은 좋아하는 싸게 샀었던 젠하이저 이어폰을 집에서 데스크탑에 연결해서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다. 만족스럽다. 또 사거나 같은 브랜드의 조금 더 하이엔드의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시도해볼까 생각이 드는 만족감이다.

동네에 지나치다가 본 간판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우직하게 등등등의 표현을 쓰고 맨 마지막 문장에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우리 가게는 (상품이 아닌) 양심을 팝니다."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팔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전체 내용을 읽어 보면, 납득이 가는 내용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너무 그 레토릭에서 스스로 감동해 버려서 오버한 거 같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것이 유행이거나, 그런 서사를 차용하려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볼 때는 그러지 않아도 좋고, "돈이 필요하고 먹고 살려니 장사를 하려고 합니다." 같아도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다.

실제로 착하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착한 척만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내가 감히 착하다 아니다 평가를 하는게 나 같은 사람이 하는 게 웃기는 일이지만.

사회적인 압력인 것 같다.

착한 가게, 착한 기업, 착한 회사, 착한 직원 등등등이 그렇게도 많은데 나는 솔직히 정말 한국에서 왜 그렇게 그게 또 드물다고 말하며 팍팍하고 인간미 없는 사회 분위기만 뉴스에서 소문에서, 또 내 체감으로 보고 듣고 느끼게만 되는 것일까 신기하다.

그런 존재가 되어서 외부에서라도 인정을 끌어오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남에게도 그런 것을 강요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착하다고 모임의식을 스스로 짓고 그 선 밖에 있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다르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아무런 변화도 노력도 없이 착해지는 기적을 매일 같이 일으킨다. 그리고 그 선 밖에 나가야 하는 희생양인 연예인이나 도덕성, 적합성 논란의 대상에 세워진 사람들은 벼랑 끝으로 등을 찔리며 밀려만 나간다.

정작 제대로 검증하고 생각해봤어야 할 사람은 단지 어떻게 나이 많고 위대한 국부의 영애에게 버릇 없이 새파랗게 젊은 것이 저러느냐며 단지 그런 이유로 감정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그걸 핑계랍시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정도인 것 같다.

흥미롭던 연장선은, 과거 광우병과 관련된 촛불시위가 주목을 받지 못하자 다 쓸모 없는 것이라고 편향된 인터넷 커뮤니티로 돌아서던 사람들과 또 어떤 해외의 유명한 학교를 졸업한 연예인의 학적을 밝혀야 정의가 바로 선다고 하며 자신들이 독립투사와 같은 부류라고 말하던 웃기는 이야기들을 기억한다.

지금도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는 정당의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끌어내리고 흠집을 내고 싶을 때 그렇게도 매번 똑같이 그런 시시비비를 걸어댄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그 부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졌다. 어차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쪽을 보면 더 조용히 묻힌 그런 이야기들이 현재 진행형일테고 하물며 그게 진위인지 알기 어려운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들을 믿고 어쩌면 무고한 사람을 비난하고 미워하고 그런 것을 문제로 들고 온 이들이 바라마지 않는대로 미움을 증폭시키는데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 중요하고 정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을 것 같다만 말이다.

오히려 자기 스스로 공정함이나 정의, 올바름을 말하는 이들을 더 경계하고 쉽게 남의 일면을 단죄하려는 이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간편하게 canned된 정의로움의 기분에 취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이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청년, 형님, 오빠, 아저씨, 삼촌, 이모 등등은 물론이고 양심, 정의, 공정, 행복 등등도 판다는 가게들은 무섭다. 그런 것은 좀 안 팔았으면 좋겠다.

왜들 그렇게 싸고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집을 찾아 헤매이는 걸까. 싼데 맛있을리가 없지 않나. 혹은 싸고 몸에는 별로 안 좋지만 맛있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니면 싸고 몸에는 좋은데 맛은 더럽게 없는 경우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도둑놈 심뽀가 아니면 뭘까. 가게 주인이 자기 등골이라도 친환경 에너지로 빡쎄게 72시간 동안 푸욱 우려낸 사골국물이라도 내오길 바라는게 아니면 뭘까 싶다. 하지만 그런 간판이나 광고나 다름 없는 티브이 음식 탐방기들.

차라리 나는 맛은 정말 좋고 값은 싼 재료로 만들고, 몸에는 정말 별로인, 그런 "양심 없는 맛"을 추구하는 음식집을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요리해 먹던 식으로만 하면 될 것 같다. 김치보다 돼지고기가 더 많이 들어가서 국물의 맨 윗 층이 돼지기름으로 한 겹인 feat. 독일 슈퍼마켙 김치찌게나 그와 비슷한 너무 무식하게 두터운 소고기 깍뚝썰기 덩어리들과 허브에 졸인 아기감자가 너무 무식하게 굴러다니는 미역국과 소고기가 들어간 덕분에 힌두인은 고개를 저을 카레(역시 독일 식재료 물가 featuring) 등은 미친 듯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연예인들이 선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너무 슬프다. 돈이 썩어나고 착한 척을 돈으로 사려고 저러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냥 어떤 이들은 얼마나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길래 세상이 조금은 정상적인 곳이 되기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바래서 저렇게 아둥바둥 좋은 세상을 위해서 해야 하는걸까 싶은 기분이 들어서다. 세상에 가장 쓸모 없는 걱정 중에 하나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괜한 사람을 몰아세우고 괴롭히고 망가뜨리는 것들을 보아오고 나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래서 이제는 괜히 그런 곳에 끼고 싶지도 않아졌다. 나중이라도 그 사람이 무고했고 오히려 좋은 이였고 나도 단지 내가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된 것인 양 쉽게 말하고 하면서 일조했다는 후회를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나는 욕을 더 해주고 싶은 불쌍한 이들이 마음 속에 한 가득이다. 연예인들이나 정치인 자식들 말고도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정의를 멀리서 찾지 말자. 거울을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