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록
어느 날이었을지, 기록과 기억이 생생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새벽부터 앞으로 100일간 시도해보고 싶은게 생겼다.
그래서 그 당장 시작했다. 그리고 별로 해낸 것도 없는 주제에 당당하게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1일"과 그날 날짜를 필기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또 다음 날.
그렇게 100일을 채웠다. 매일 나는 행복했다. 고요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려놓고 평화로웠다. 그리고 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무엇보다 생각을 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관점과 행동이 더 많이 변한 것 같다.
앞으로 여유가 없어진다면, 바빠서 시간이 없고, 체력이 부족해서 계속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이번 삶에서 또 다시 이런 100일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참으로 행운이었다.
"100일"이 되던 날, 그냥 덤덤했다. 그 가운데에 있었던 수 많은 감정, 사건들, 날들, 새벽 길, 떠오르던 아침 해와 그걸 바라보던 나와 그 공기, 안개. 모두 선명하게 기억한다.
가능하면, 멍청한 나 자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들을 제멋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 노력했다. 아니, 차라리 모두 비우고 싶어서 노력했다. 그리고 노력하는 것도 비우고 그냥 매일 매일 일상으로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행복했다.
만약 바보 같은 생각들, 하지만 딴에는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생각들로 판단하고 평가했더라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뭐가 바뀐지도 말하는 방법도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이 멍청한 생각으로 잘났다고 고집 부리며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잘 아는 것도 없는데 안다고 착각하는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원래 그 자리 그대로 돌아왔다. 변한건 나뿐이다. 더 없이 만족스럽다.
언젠가 다시 이런 기회가 내게 와닿기를,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