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아웃 1, 2편, 그리고 K드라마, K영화

Posted on Feb 3, 2023

“나이브스 아웃” 1편을 몇 년 묵혀 놓고 시청하지 않았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2편인 “글래스 어니언"도 공개되어 연달아서 이틀 동안 시청, 정말 즐겁고 감동적이었다.

1, 2편 모두 출연배우들도 어이가 없게 화려한 영화이고, 그 배우의 그간의 쌓아놓은 내가 인식하는 통상적인 캐릭터를 잘 비트는 배역도 마음에 들었다.1

언제부터인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이거나 한 정통추리극이 많이 개봉하던거 같다. 최근에 다시 만드는 그런 영화들을 많이 시청하지는 못했다.

나는 추리극을 많이 본적이 없는거 같다. 아니면 내가 감상하는 방식이 추리물을 추리물으로 본 것이 아니라, 미스테리이거나 아니면 그냥 또다른 방식의 서사물이거나 블랙코미디처럼 봐왔기 때문인거 같다.

영화든 미드에서든, 추리물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들을 보면, 사실은 보는 사람이 어떤 실마리에 주목하기를 바라며 구성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야기/화면/대사/표정/편집으로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주기를 기대하며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 이야기 내부의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서, 그 속을 맞추는 것이 시청자의 추리가 되기 때문인거 같아. …내가 전문적으로 잘 몰라서, 정말로 추리 그자체를 위해서 객관화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옇튼, 나는 추리물을 보면 머리를 써야 한다는 말이나, 추리물을 보면 추리력이 향상될거라는 생각이 잘 공감되지 않는다. …향상되기는 하겠지만, 그건 그 이야기가 다루는 사건에 대한 추리력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나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추리력이 강화될거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1, 2편 모두 유사한 이유와 내용의 살인을 추리하는 이야기이고, 감독은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시청자가 그 살인에 대해서 추리하고 생각하도록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안에서, 누가 범인이고 알리바이가 어떻고는 사실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나중에 갖다 붙여주고가 전부다. 물론 그 이야기 속 세계에서 그건 절대적인 진실이 있겠지만, 그 바깥에서 그걸 시청하는 나나, 그걸 만들어서 얼마든지 원하는대로 주무를 수 있는 감독에겐 그렇지 않고 그런 것들은 그냥 유연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로서 나는 더더욱 어떻게 누가 누굴 죽였고 그 이야기 안에서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전하려고 한 진짜 살인에 대해서 추리하고 생각하게 될 뿐이다. …더 단순하게는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어떤 교훈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1, 2편 모두 마지막이 후련하다. 자본주의 안에서 그렇게 화려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서럽다거나 그냥 더럽고 치사해서 할말을 참아야 하는 평범하게 무산계급의 일원으로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엔 없다. 어쨌든 권선징악의 결말이고, 1편의 경우에는 심지어 신데렐라 동화에 가까운 아름다운 결말이니까. (말그대로) 하지만 그정도로 고결한 이라면, 그런 결말을 선물 받아도 나는 할말이 없다. 현실에서 그럴 수 있다면 더 속이 편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영화속에서라도 그렇다면.

그리고 1, 2편을 모두 보고 나면 진짜 사건은 어째서 일어나고 어떻게 지금도 일어날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 속도가 아주 천천히 일어나서 느끼지 못하거나, 그 빈도가 너무 흔하디 흔해서 우리는 둔감해지는 법을 배워야만 해왔어서, 그런 일을 대화주제로 삼기도 치기 어린 철모르는 어린네가 하는 대화일 것만 같아서 피하게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사건들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가스비는 올랐고, 추운 거리에 나서면 약하고 병든것 같은 나이 많은 이들이 폐지를 줍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어떻게 스스로에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떤 K드라마들을 보면, K영화들을 보면 어느 정도 궤도가 비슷한 것들을 만난다. 대충 정경유착이나 끝도 없는 부정부패, 혹은 부유하고 화려한 이들의 삶과 그 뒤에 가려진 추악한 모습이거나. 그리고 보고 있으면 현실세계에서 저런 대사로 누군가의 기를 죽이거나 내려깎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오글거리겠다, 또 반대로 저렇게 복수를 하며 저런 대사를 해도 오글거려서 복수 그냥 않고 말겠다 싶은 느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굳이 저러고 힘들여서 격 떨어지게 저러고 기싸움이나 해야 할까 싶은 캐릭터들.

가끔 나는 그런 화려함이나 권력, 향락, 사치를 동경하다 접근하지 못해 그저 관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리는 것 같아 기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동일한 형태의 교훈을 주는 마음이라면서 이야기들을 그리지만, 종종 정말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리는 것이 실제로는 서로 판이하게 다른거 같음을 느낄 때가 있다. …단지 이야기를 시작과 전개 그리고 결말과 교훈으로 표백해서 전달하고 나면 완전히 동일한 권선징악과 부패 등에 대한 경계이라고 똑같아 보이지만, …다를 수도 있는거 같다.

둘 다 유치한 교훈과 권선징악적인 결말으로 동일한 것 같지만, 어떤 것은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력해서 마음에 어떤 기준과 중심을 다시 세워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글쎄다, 가슴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집단과 가족, 사회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어떤 이들은 갖은 방식으로, 거의 모든 방면으로 각자의 이익만 쫓으며 너무 오래 살아와서 이제는 미래엔 아예 다음 세대를 이어가지 못할거 같고, 대부분의 시사/사회문제는 그 이유에서부터 온 것만 같은 현시대와 그 뉴스들을 접한다. 글쎄다, 정말 정말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교훈과 구조만을 차용해서 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것도 엉뚱하게도 욕망을 감추지도 못해서 쩔쩔 매는 모습으로 그려내고야 만 것은 아닐지. 글쎄다. 말은 똑같고, 표백해서 정리해 보면 동일해 보이고야 말지만, …정말 그것들은 완전히 다른 것일 것이다. 그게 그렇게 훌륭하다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고,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속아주면 민망할 것 같다.

그냥 똑같은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 하나는 메시지으로 잘 전달해줘서 흔해 보이지만, 흔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 메시지는 그 캐릭터들이 처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로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래서 애시당초 나의 눈과 마음을 어떻게 해야 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추리영화들을 보고, 추리력이 향상되어, 현실에서도 다들 모두 나도 모르는 새에 당하지 않도록, 또 범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한다.

“see how they run"을 감상하다가 말았는데, 계속 더 보고 싶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추리극의 형식이지만,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 추리의 내용이 아닐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시얼샤 로넌의 덕질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그런 나의 음험한 열망을 영화가 잘 채워주길 바랄 뿐이다.


  1. (스포일러) 예를 들어, 크리스 에반스가 강직하고 올곧은 강인한 어떤 슈퍼영웅의 캐릭터가 내겐 익숙하지만, 나이브스아웃에서는 그런 화려하지만 사실은 별로인 면이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서 보는 그런 화려한 영웅들도 내겐 그런거 같아서. 그냥 잘사는 집 돼련님이 스스로 잘나서 그런다고 보이도록 노력하지만 알고 보면 별로인 경우인 것처럼. …그리고 2편의 에드워드 노튼도, 뭔가 지적이고 혁신가인 것처럼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냥 포장일 뿐이고, 그 스스로와 그 주변만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해주며 비위를 맞춰주는 것처럼. …그리고 재밌게도 이런 ‘변장’은 이 포스팅에서 내가 쓰고 있는 내용과도 구조가 비슷할거 같다. 그런 익숙해진 캐릭터에 맞는 것 같은 배역으로 보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잠시 속이기 위한 캐릭터이고, 오히려 그렇게 속아 넘어간 시청자가 그랬었다는걸 깨달았을 때 느낄, 스스로 그렇게 보고 싶어서 선택했던 캐릭터와 이야기의 끝에서 정말로는 어떤 역할이었는지 깨닫고서 배신당한 느낌, 하지만 그 배신감이 더 억울하게도 자기가 알아서 그렇게 속아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것 같다. ..그런 배치가 나이브스아웃이 보여주려던 이야기의 내용과도 잘 맞는거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