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 17/Sep/2020

Posted on Sep 17, 2020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어릴 때에는 '주말의 명화' 정도에서 다 번역/더빙된, 그리고 아마 편집에 엄청나게 많이 짤려나갔을 버젼으로 봤었던거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심지어 이번에 다시 디렉터스컷으로 구해서 보면서 내가 기억에 남아 있던 것들은 완전 다른 영화인 것 같았다. 그렇게 기억만큼 어둡지도 않았고 오히려 너무 밝아서 오글거렸다. 아마도 좋은 오글거림이지만.

기억에는 그렇게 남은 이미지는 브라운관 화면과 더빙 품질 등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실은 영어를 어떻게 쓰는지, 처음 단어별로 끊어서 이야기 하는 시점(時 ─)과 그 이후에 사람 이름을 어떻게 발음 하는 것(야스민/재스민 등) 억양과 발음, 단어 등등 듣고 있으면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봐야 하는 영화인데 더빙이었다면 어떻게 표현했을지 난감할 것 같다.1

1987~1988년 영화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 90년대에는 인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는 영화였다. 저때는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마구 섞어서 영화를 찍어놓고, 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과 문화를 알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행복하게 찍었었는데 그 이후에 내가 접한 헐리웃 영화들은 얼마나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나 부산을 떨며 그리는지 싶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의 '조조래빗'과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에서는 덜 그렇고 그 말과 문화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소소하게 더 보이는 영화여서 좋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전에 아주 일찍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나 혼자 조조감상이 너무 좋았었는데 요즘엔 그러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

Footnotes


1

커피에 대한 미국과 독일의 선호 차이도 마찬가지로 표현된다. …어차피 에스프레소 머신이든 적당한 캡슐커피든 뭐든 커피는 집이든 회사에서 얼마든지 마시니까 몰랐었는데 그때 나도 커피 중독이 심했었던 것 같다. 그것도 점점점 진하게 선호가 변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