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 14/Sep/2020

Posted on Sep 14, 2020

작년 말, 올해 초만해도, 그때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를 이야기하면 반응은 시원찮았었다.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말하는 예전 대선에 도전했었던 어느 사람에 비유하며 웃었었고 나는 그런 반응들이 못마땅했었다.

또는 나는 나 자신이 못 가진 자라고 생각해서 은근히 더 공정하고 분배에 집중한 사회가 되기를 바랬었다. 왜냐하면 내가 더 안정적이고 피곤할 일들, 혹은 감정적으로도 시달리며 살기는 이미 지친 것 같아서다. 그런 일들을 감내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이유였었고 더한 모습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결국 돈 때문일테니까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것들이 이루어진다면 다들 행복하고 더 잘 살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막연히 생각해온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새로운 정당에서 나오는 공약들을 보고 있자면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래도 세상은 잘 굴러가는건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저쪽에서도 저렇게 이야기를 해서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건 아니건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싶을 정도로 다들 불안한 상황일까 싶었다. 아마도 저 정당의 고정표, 혹은 그간의 분위기는 분배가 초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은데도 저럴 것이라면.

혹은 더 무섭게 비약한 상상도 해본다. 그런 상황이 계속 악화될거라는 이야기들, 그리고 크게 나아질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그런 경제적인 시점이 찾아와서 편향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쏠려가도록 하는 첫 번째 단계일거 같아 보여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책에 대해서는 항상 포퓰리즘인 것으로 지적해오던 정당이지만 말이다.

스스로 불만을 이야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시민의 힘이 정말 모든 상황에서 좋게만 작용할지는 모르겠다. 자기 자신이 맞다고 믿고만 싶은 때에, 현실적인 이유를 정당화해줄 수 있다면 그런 가속을 낼 수 있는게 항상 좋게만 작용할지, 아니면 더 무섭게 달려나갈지 걱정스럽다. 내가 걱정한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 무서워서다.

그리고 만일 마지못해서, 지금처럼 살아가는 체계를 더 이상은 유지할 수 없어 너무 제한적인 것을 지혜롭게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복지와 안전망을, 그 표준을 낮춰서라도 구축,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반가워할지 자문해보면 많은 것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내 자유나 지금 유지하고 싶은 삶의 부분 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만 같아 싫을 것 같다.

난 실은 그것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막연하게 멍청하게 바랬었던거 같다. 지금 시점에서 모두가 그런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정도라면 그런 것들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마지못한, 더 나은 상황으로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주 오래 지나서 그런 것들이 정착되고 더 나은 시점이 올거라면 그때에도 정착되어 꿈꾸던 것들처럼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당장은 그렇지 못할 것 같아서다.

어쩌면 그런 시점이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었던게 아니라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으면 바래서,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그렇게까지 되지 않기를 누군가 말해준 것을 나는 잘 알지도 못해서 오해했었던거 같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 없는 걱정 중 하나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