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웹브라우져, 웹환경, 그리고 익숙하지만 싫은 어떤 신앙체계

Posted on Dec 11, 2019

지금의 웹환경은 너무 과도한 치장, 보이는 이미지 중심이어서 딱 한가지 측면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쓰는걸지도 몰라.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 치장, 자바스크립트로 덩어리진 화면을 로딩 하느라 보이지 않는 시간을 조금씩 모아서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그걸 만든다고 시간은 버려지고. 그렇게 모두가 하는 방식대로 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을 모르겠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자바스크립트,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의 시간도 마찬가지고.

더욱이 그런 <예쁘고 조잡한> 화면이 정보의 전달도, 명확하게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컴퓨터에 조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조금 평균적인 기준이랑 다르거나, 그런 평균적인 기준을 따라가려고 흉내와 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러지는 못한 사이트를 써보라고 한다면 당혹한다. 나는 그렇다. 차라리 단순한 텍스트 메뉴와 숫자나 방향키 입력을 통한 텍스트 메뉴가 더 명확하고 나을 지경인거 같다. 하지만 잘 디자인되고 개발한 화면에서는 정보 전달도, 사용성도 좋겠지만, …문제는 그런 사이트는 거의 본적이 없다.

단 한가지 훌륭한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이다. 조잡하고 예쁘게만 보이려 노력하느라 대체 이 사이트가 뭔지 알기 너무나 어렵다. 가능한한 화려하게 보이려고 반짝거려서, 심지어 미니멀리즘을 이용해서라도 예쁨만을 추구한다. 순수한 아름다움에 추구가 나쁘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 의도가 길거리 네온사인들이나, 전광판 빌보드들처럼 사람들을 반짝거리는 빛과 시끄러운 소리로 유인하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데에만 치중한거 같다. 와! 밝고 화려하고 정말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내가 뭘 보고 들었는지 기억이 안나. 뭐 크게 중요한건 아니었던거 같아. 그냥 그걸 보고 넋을 잃고 있을 때는 멋지고 즐거웠던거 같기도해.

어쩌면 원래부터 요점이 없기 때문에 예쁘게라도 보이려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도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와 닮아있다.

하지만 삶은 그냥 실존으로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테고, 오히려 본질을 추구하면 할수록 각자의 삶은 더 황폐해질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물, 목적성이 있는 매체에서는 본질의 추구가 꼭 나쁠까 싶다. 하물며, 지금에 내가 관찰하고 생각한 이러한 현상은 삶에 대한 관점과 웹이나 웹사이트, 웹브라우져 같은 사물에 대한 관점이 그러해야할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로 우리에게 주어지는거 같다. 삶을 실존으로서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삶에 절대적인 본질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도록 등떠밀고 그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분위기와, 그와는 정반대로 광고-유인매체일뿐으로 전락한듯한 웹환경은 그 본질이 그저 사람들을 현혹하고 생각을 하지 않고 따르도록 만드는데 집중하는데, 그를 위해 발전해온 방식은, 사실은 별거 없이 단순한, 전달하려는 정보나 통신내용, 즉 알맹이는 그다지 변한바 없이 단순하고 좋은데, 그를 포장해 더 복잡하고 거대한 무언가로 보이게 하는 쪽으로만, 이상한 형태로 발전한 것 같다.

사실 그대로 단순하지는 않겠지. 예를 들어 보면, (10년, 아니 그걸로도 부족할 것 같다. 어쩌면 20여년전) 천재적인 발상을 해서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을 응용하여 인터넷으로 사람들끼리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 받는 <메신져>를 내가 시작했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엔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 받기, 친구들의 추가와 삭제 같은 단순하고 당연한 기능들로 시작했겠지만, 금새 다른 기능이 가능하고 또 재밌을거라는걸 깨닫겠지. 예를 들면, 친구에게 내가 방금 인터넷에서 찾아낸 고양이 사진을 보내기, 그리고 친구가 그걸 다시 메신져에 들어와 확인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그 고양이 사진이 자신에게 도착했다는걸 즉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알림음을 보내서 집중을 흐뜨러트려주기 등… 물론 고양이 사진으로 친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해주는 일은 중요하다. 어차피 딱히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나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익숙한 이런 기능 예시에서도, 얼마든지 세부적인 사항들은 발전하고 더 세세해져 왔으리라 추측한다. 고양이 사진이 더 효율적인 크기의 파일으로 더 빠르게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도록 그러면서도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압축을 하거나 이미지의 화질을 조정하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보내는 고양이 사진들을 무리 없이 배달하기 위한 노력과 자본의 투입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법들이나… 그렇게 발전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고양이 사진을 주고 받는게 인류에게 중요한지 아닌지를 따지지는 않겠다. 그건 정말 중요할테니까.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의문이겠지만, 짜증나게 서로의 집중력, 주의력을 뺏는 알림창, 알림음, 실시간 전송시스템 같은 것들이 사실은 그냥 전기에너지와 사람들의 수많은 시간과 신경줄을 쏟아부어서 우리가 열심히 생산해내는 공해라는 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겠다. 그건 너무 치사한 이야기일거 같아서.

조금 예시를 들어보니, 단순하게 그 알맹이가 그대로만은 아니라는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주장에 조금 더 고집을 부려볼 구석이 있을거 같다. 그런 세부사항들이 그렇게 발전한다고 외양도 함께 복잡해지고 조잡해져야할 이유가 있을까? 처음이나 중간과정에는 만든이들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어려워서 복잡하겠지만, 사용하는 사람이나 만드는 이들 모두 익숙해져가고 점점 세련된 표현방법을 알아가면서, 복잡함을 잘 감추고 다시 요점에 충실한 명쾌한 디자인으로 발전하는게 당연하고 예측 가능한 발전방향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언젠가는 세련되어질 중간 과정에 놓여 있다고 마음 편하게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사용하기에도 또한 만들기에도 복잡하고 화려함 이외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웹, 인터넷 환경을 어째서 계속 만들어 가는걸까? …소비자는 <언제나> (혹은 <언젠가는>) 맞는 선택을 해낼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야 할까? 이는 시장이 언제나 올바르고 맞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맹목성에 근거를 제공하지 않나.

그러니까 지금처럼 내버려두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서 좋은게 좋은거지. 소비자들께서 원하신다잖아! 하면서 그에 맞춰 달려나가면 언젠가는 웹 접근성이나 모든게 좋아질까? …모르겠다. 나는 회의적이다. 우선 시장과 소비자가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믿을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문제인거 같다. 왜냐하면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돈을 가진만큼 횡포를 부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 이들이었고, 그렇게 자신이 휘둘러와서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데 못 그럴까봐 걱정하시는 고귀한 분들이나, 아니면 앞으로 그러고 싶은 꿈고 희망으로 부풀어 있는 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런 말들이 <자유>라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누구에게서 자유와 안전, 존엄, 돈, 시간 등등을 뺏어와서 구현되는 자유인지를 잘 몰라서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시장은 언제나 옳다. 그들이 광고를 올리는 사람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한편으론 그러면서 그들의 회사를 위해 노동하며 가치를 창출해주면서도 생산수단을 공유 받지 못한채, 일한 만큼 값어치도 못되는 월급을 받으며 만족하거나, 어쩌면 아주 운이 좋다면 미래에 있을수도 있고, 또 더욱 운이 좋다면, 가치가 있게 될지도 모르는 스톡옵션을 상상하며 말도 안되는 조건에 노동하며 달려갈 때, 거기에 더해서 그 회사에 노동자이면서도 또한 소비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여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시장은 항상 옳다고 말해져야 하고, 그렇다고 믿어져야 한다. 아주 소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느낄 수 밖에 없고, 절대 다수는 그렇게 믿고 말하도록 강요 받고, 자신도 그렇게 믿어야만 뭔가 가슴 한구석이 덜 아파올테니까.

웹과 웹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보고 듣고 있으면 어떤 오컬트 숭배라는걸 느낀다. 더 빠르고 더 복잡한 웹브라우져를 위한 프로그래밍언어와 프레임웍… 이런 부분은 오히려 건강하고 이성적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그렇게 느끼는 부분은 화려함, 혹은 그 반대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목적에서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는 시각요소, 더 나은 사용성, 사용자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사용성은 더 나빠지고 복잡해져만간다.

사용자의 경험이랑 정반대로 나아가는데 신기하게도 어떻게 웹개발자들은 모를 수 있고, 더욱이 왜 그렇게만 만들어갈까?

최근에 사용한 새로운 웹페이지가 시각장애인이나 작은 단위의 움직임으로 세밀한 마우스 조작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배려해 만들어 놓았을까? 아주 아주 아주 운이 좋다면 조금은 그런 요소들이 들어가 만들어져 있겠지만, 그것도 공공기관 웹페이지거나 한 등등의 이유로 아주 요식적인 형태로만 구현해놓고, 실제로는 정말로 사용 가능한지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리라고 나는 매우 확신한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소비자를 탓하기 좋은 형태로 대답을 던져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접근하는 사용자가 거의 없으니 그렇게 배려 없이 만들어놓고 그렇게만 유지보수한다. 오지도 않는 손님을 배려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렇게 해서 더 돈을 써야 하는게 이유겠지. 소수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래서 사용할 수 없게 해놓고 그들이 쓰지 않기 때문에 배려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 이유일거 같다. 이렇게 만들어야만 사람들이 좋아할거라는 공유된 어떤 재밌는 감각과 취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공유된 감각은 아주 간단하게 검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무엇이 좋아보인다면 그건 아주 보편타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왜 그걸 좋아하고, 어디서 많이 경험했고, 단지 익숙하기 때문에 좋아하고, 그게 왜 좋은지, 정말 좋은지는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차가운 비웃음의 강물에 던져 그 의견을 익사시킨다.

그럼에도 나는 텍스트 위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과도하지 않은 이미지와 자바스크립트를 제한적으로만 적용하여, 검색엔진, 텍스트를 소리로 읽어주는 프로그램(TTS)을 고려한 웹사이트를 만든다면, 혹은 그런 웹브라우져가 있다면 현재의 웹브라우져와 웹사이트들에 비해서 절대대다수에게 훨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거라고 생각한다. 일부 소수자들에게만 그런 접근가능성이 열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편안함과 또 다른 가능성을 열 수 있을거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거 같은 Fortune 100대 기업 어쩌고의 웹사이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적으로 성공적인 기업과 웹사이트들은 그렇지도 않고, 그럴거면 어째서 절대적인 위대한 웹개발자인 누구누구는 왜 그렇게 개발을 했을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다고 나와 우리가 지금부터도 계속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모든 신화적인 성공 스토리, 미신, 이래야만 한다는 믿음, 통계, 분포, 트렌드 등등을 거슬러서 웹브라우져와 웹사이트를 설계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자신들도 그렇게 믿으며 헌신적으로 그 어떤 특정한 미신이나 종교에 빠져 살겠지 싶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욱 더 권위적인 배경이나 경력을 추구하고, 다수를 위한다는, 그게 자랑스러운 옳은 일이라는 대의명분 등에 맞춰 자신의 삶을 다바쳐 일한다고 생각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화려함에, 삶에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과, 또 빛과 소리에 이끌려 살아가는 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거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에 절대적인 무언가, 혹은 당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명백한 진리가 있는 것처럼 설파한다. 현대에는 주로 외교적, 정치적인이라는 말을 붙이거나, 금융, 경제, 혁신, 창업, 가치, 본질, 기업가정신, 화술, 대인관계, rhetoric, 원칙, 가치, 투자, 투자방법론 등등으로 부르는거 같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는 오늘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보다 정말로 미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퍼져나간다.

그런 이야기들은, 그래프와 숫자들을 보이며 이야기한다. 이제 비트코인의 시세가 반등할거고, 가치가 얼마일거고, 등등. 글쎄, 제대로 맞는 경우도 없었던 것 같고, 저런 이야기가 근거라니. 저거 그냥 도박사의 오류인 이야기이지 않나.

뭐가 아이러니 하냐하면, 웹과 마찬가지로 유물론자에게서 나왔을거 같은 창조물인 비트코인이 저런식으로, 그것마저도 웹과 아주 비슷하게, 오히려 제대로 오해되어, 세상의 아주 몇몇 사람들만을 위한 무언가로 변하여 오컬트적 맹신과 신앙, 경외의 대상, 그런 이상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오늘도 사람들은 그런 절대적 진리이라고 하며, 영원불변하다는 그런 가치체계를 다같이 믿어주며 확고하게 다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