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 15/09/2018

Posted on Sep 15, 2018

새 만년필 : LAMY 2000, 해피해킹, 기계식 키보드

새 만년필을 샀는데, 조금 저렴한 폴리카보네이트 버젼의 LAMY 2000을 샀다. 기존에 LAMY Lx, 사파리는 행복하게 써왔었는데, 카트리지를 사용해 충전하는 방식이 아니고 또 가격대도 조금은 높은 만년필을 질렀다.

아직 병잉크는 받지 못해서 충전해서 사용은 못해봤다. 기대된다.

처음 만년필질을 시작할때는,

뭐 그냥 저렴한 저가형 브랜드 실용적인 목적으로만 사서 써야지, 그러니 사파리랑 Lx정도까진 뭐…

..이런 마인드였었다가 점점 만년필 자체로 글을 쓰는 감각에 중독되는거 같아. 기계식키보드도 그런거 같고.

글을 쓰는 행위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사실은 그 행위 자체가 즐겁고 편안해져서, 그 감각을 즐기며 글을 쓰고 있거나, 계속해서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행위에 빠져들며 계속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나를 등떠미는게 너무 솔직하게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편안하고 좋다.

정말 싫어하는 뭣같은 견해도 아닌 견해들

혐오하는 견해와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뭐하나라도 깊이 경험하거나 한것도 아니고, 아니면 아예 경험이 없으면서, 마치 그것에 대해서 다 안다는듯이 말하는 꼰대와 영꼰대들의 견해를 들을때 정말 대꾸해주기도 짜증난다.

정말 아무런 생각이나 그런거 없이 너무 얕게 자신의 별볼일 없음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그리고 그런 감추려드는 허접한 말과 행동들이 다 너무 훤히 드러나보이며 같잖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는거 같은 유치한 사람들을 볼때 싫다.

좋아하는 스피커

오랬만에 좋아하는 스피커로 혼자 편안하게 노래 틀어놓고 들으면서 감성질하는듯. 일주일간 체력, 시간 모두 방전되서 그냥 집에와 쓰러져 잠을 보충하기에 바쁘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밀린 일기도 쓰면서 생각해오던것들, 갖고 있는 생각들 정리해 내리는게 정말 좋다.

날씨, 잠

날씨가 선선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멋진 하늘들이 계속된 며칠이었었다. 밤에 잘때도 잠도 잘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피로하고 잠을 허기를 채우듯이 자야했어서 더 잠이 달콤했다.

그리고 이렇게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면서 어릴때, 아마 그때는 몸이 성장하니 잠이 더 필요했었겠지, 정말 쓰러져 몇시간이라도 자던 때가 떠올랐다. 그땐 평생 이렇게 잠을 많이자면서 이렇게 졸림과 싸워야할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서 괴로운 때보다는 행복한 고민이었었구나 생각했다.

어쨌든 휴식을 조금이라도 더 취하고 잠을 자니 토요일이 되니 머리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거 같아. 일주일 동안 멍하고 뭔가 아무런 생각이나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았던거 같았었는데.

어떤 도구를 잘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한 생각

자신이 무슨 행위를 하건 그게 얼마나 많은 방어벽으로서, 어려운지, 얼마나 인간만의 위대한 행위인지를 주장하며 방어할 필요도 없는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도구를 경시하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전혀 반대로 도구에 우리 자신이 길들여지는것만이 도구에서 가장 자유로운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차피 어떤 도구를 쓰건, 목적을 완수하고 싶어서 사용하는데, 도구를 경시하고 그 도구를 익히는것은 마치 별로 중요한일이 아니고 시간낭비일뿐이라고 말해서는 안되는거 같다. 차라리 도구를 잘 익히고 그 도구를 능숙하고 최대한 활용해서 가장 잘 빠르게 일을 완수하는게 가장 도구를 활용 잘하고 도구를 이용하며 자유로워지는것 아닐까.

그 도구가 만년필, 건강한 몸과 충분한 휴식으로 잘 돌아가는 머리, 해피해킹이나 기계식 키보드, 스피커, 프로그래밍언어, 코드 편집기, 버젼관리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쉘 등등 수많은것들이 있고, 또 그런것들을 알아가는 단순하고 멍청해보이기까지한 노력들이 일견 그 도구에 집착하는것 같아보이지만, 가장 그 도구에서 자유로운것이리라 생각했다.

프로그래밍언어

프로그래밍언어에 대한 생각은 더 편협해진거 같기도하다. 그냥 매일 손에 잡는 도구들 이외엔 더 잡기 싫어질때가 많다. 예를 들면, 파이썬, 펄5, 쉘, C++정도가 그나마 현실에서 내가 계속해서 쓸만한거 같은 언어들인거 같다.

자바스크립트, 특히 Node.js은 좋은점은 이정도로 만들려면 나름 빠른 I/O 성능면이나 컴팩트한 점 같은걸 얻으려면 C++이나 했어야 했을것들을 쉽게 만들수있는점은 정말 좋은거 같지만. 그리고 정말 많은 모듈들이 이제는 많아서 쓰기 좋다만, 여전히 멀티코어 활용하기 복잡해지는 문제나 끔찍한 프레임웍이나 라이브러리 파편화 문제 같은거, 메모리 제한 같은걸보면 딱히 계속 써야할까 생각이 많이든다.

여튼 최근에 관심을 많이 갖는 좋아진 라이브러리를 보면서, 결국엔 프로토타이핑, 테스팅도 그 라이브러리의 다른 언어로 바인딩을 써서 더 복잡해지지않고, 그냥 그 라이브러리의 특성을 정확하게 보려면 그냥 C++을 써야하니, 또 그리고 다른 가비지컬렉터나 그런것들이 끼어들면서 생기는것들을 무시하고 싶으니 C++을 쓰게되고, 그렇게 나쁜거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든다.

다른 언어를 사용했었더라면, 예를 들어 커먼리습이나 파이썬이라도, 그 언어에 속한 바인딩을 고르고 그 또 다른 특성을 이해하고 확실히하기 위한 시간을 낭비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날이 새로운 언어들을 접하고 사용하면서 느끼는건, 그냥 C/C++에서 사용하던 gdb같은 디버거로 뜯어보거나 memory leak detector, strace등등의 수많은 도구들이 이미 너무 다른 언어들의 생태계랑 비교도 안되게 다 구비되어있는거 같아서, 오히려 다른 언어들은 C/C++이 복잡하다고 선전하지만, 가장 tooling이 잘되어있고, 역설적으로 가장 그 semantic을 기계가 잘 이해하도록 IDE등이랑 연동하기 잘되어있는게 C/C++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반댓쪽 극단으로 그냥 편집기에서 편집기능만 쓰고 주욱 필요한 스크립트를 작성하기에는 파이썬이나 펄, 자바스크립트 정도 이외에는 딱히 쓰고 싶지도 않은거 같아.

인프라 클라우드서비스

다른 IDE이나 언어들을 마케팅하는 용어들은 마치 더이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수있을것처럼 광고하지만 그렇지 못하듯이, 인프라스트럭쳐를 위한 클라우드서비스들도 비슷한거 같아.

마치 DevOps작업이나 시스템엔지니어로서의 업무가 완전히 사라질거 같지만 그렇지않은거같아.

물론 Infrastructure as code 같은건 확실히 가능해지고 시간을 다른데 사용하는건 정말 멋진거 같아.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이런 고민들을 다 떠넘기려하거나, 모든걸 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데에만 의존하려고하고, 그냥 완벽한 silver bullet 으로 무의식중에 생각하게되고 그런 관성은 위험한거 같아.

아직은 모든 필요한 인프라가 구현되어 서비스되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클라우드서비스에서 제공하는것들만으로 아키텍처나 디자인패턴을 우겨맞추려다보면 또 새로운 형태의 abomination이 탄생하는거 같은거 같아서 경계해야겠다 생각했다.

서울생활

조금은 혼돈으로 지저분하고 관리도 안되고 그저 어떤 미덕은 보이지않고 그저 돈에 대한 욕심으로 말도 안되는 금액에 말도 안되게 더럽고 낡은, 재건축으로 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그런걸 강요하는, 돈에 환장한 도시.

지금와서 다시 겪어보니 정말 밥맛 떨어지게 돈독이 오른 얼굴의 도시라는 생각도든다.

조금이라도 지금 계절에 해가 나른하게 지려고 할때 한강병을 달릴때는 강철색으로 어두운 강물에 비추는 빛들을 보며, 그 우울하고 없는 사람에게 더러운 기분밖엔 주지않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주 어릴적 한강 옆에 살던 그때, 막연히 먹먹하던 마음 같은 기분이었었다.

그냥 나는 이곳에 만족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일산이나 고양시에 주말에 좋은 햇살인날에 나가서 석양을 맞다보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며 기분이 좋아지는걸보면 나도 모르게 질려가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